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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 도시건축 조정구소장

2015.07.01 09:50

더로스 조회 수:624

간략설명  
작품분류 한옥 
전화번호 -- 
주소  
시공기간  
골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소외된 이들의 손을 덥석 잡는 데 주저함이 없으며, 번잡한 도시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볼 줄 아는 건축가. 창의적인 현대한옥으로 알려진 그이지만, 그보단 우리 삶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건축가’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은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소장을 만났다.

현대 한옥 분야에서 전문가로 명성이 높으신데요, 그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2001년에 독립해 사무실을 열었어요. 그때, 아는 교수님이 가회동에 한옥을 하나 고치는 데, 관심 있으면 도면을 좀 그려달라는 요청을 했죠. 어떻게 벽을 쌓고 목구조를 보강하고 단열재를 넣는지 직접 보고 기록하며 도면화하는 작업이었어요. 막 독립해서 일이 없었으니 100만원 받고 직원과 함께 한달 내내 다녔어요. 그때 든 생각이 ‘한옥이라고 해서 오래되고 죽은 게 아니구나, 재밌다! 이걸 계속하면 좋겠다’싶었죠.

그 후로 한옥 일을 죽 이어가신 거군요.
당시에 북촌 한옥마을 지원사업이 막 시작됐어요. 도면들을 서울시에 제출했더니 심의통과가 잘 되는 거예요. 그 다음해인 2002년에 비슷한 작업 10여 개가 들어오더라고요. 이 사람한테 맡기면 지원금이 잘 나온다고 동네에 소문이 난거지요(하하). 그렇게 감리도 맡게 되고, 설계도 하나둘씩 진행하게 됐죠.

한옥과 목구조에 대한 공부는 대부분 현장에서 하신 건가요.
시공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또 직접 뜯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한옥은 구조가 이렇게 결합되어 있구나, 흙이 굉장히 두껍구나 하면서요. 이론에서 조금 더 실체에 접근하게 된 거죠. 목조기술인협회에서 운영하는 목조건축 설계학교도 다녔어요. 가서 배웠더니 직접 해보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더라고요. 원서동 궁중음식연구원을 리노베이션할 때는 직접 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어요. 그때 한옥에 서양식 경량목구조를 결합한 건물을 만들었죠. 그렇게 조금씩 범주를 넓히다 보니 2006년, 삼부토건에서 한옥 호텔을 설계할 적임자로 제가 추천받게 된 거죠.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소장 이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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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진관사 템플스테이 역사관 함월당과 효림원 Ⓒ 박영채

한옥호텔 ‘라궁’은 건축계의 큰 이슈였어요.
사실 저의 출발은 전통한옥이 아니라 도시한옥이에요. 물론 팔작지붕이라든가 기둥•보라든가 하는 한옥의 요소는 갖고 있지만, 현대인의 생활을 반영하고 다양한 요구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통 한옥과는 다른 거지요. 경주 라궁 역시 구조와 구법은 전통적인 언어로 구성되었을지언정, 그 공간을 결합하고 기능을 담아내는 것은 지극히 현대적이에요. 어찌 보면 한옥이 현대적인 삶을 담아서 진화할 수 있느냐에 관한 제 관심이 라궁에서 그대로 드러난 거죠. 그런데 비판도 많이 들었어요(하하).

비난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유명한 건축가분 몇몇은 대놓고 ‘한옥은 죽은 집이 아니냐?’, ‘한옥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라 말하기도 했어요. 다른 쪽에서는 도시한옥이란 게 집장사 집인데, 그걸 왜 보존하고 살리려느냐는 비난도 들었고요. 누구나 한옥에 대한 어떤 생각, 편견 같은 것을 갖고 있더라고요. 오히려 한옥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이 저라는 생각을 요즘은 하고 있어요. 다양한 건축주의 요구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지금까지 없는 새로운 한옥’을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한옥에 ‘이런 요소는 꼭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없으신가 봐요.
그런 게 별로 없는 편이죠. 진관사 함월당도 정면 9칸에 측면 3칸의 큰 집이지만, 그 밑에는 3배도 넘는 큰 현대식 공간이 있어요. 기존에도 콘크리트 구조 위에 한옥이 있는 2층짜리 건물들이 있었어요. 보통은 입면에 돌난간 등을 세워 굉장히 무거운 느낌으로 장식을 하고 한옥을 올리거나, 한옥이 자연 축대 위에 올라선 것처럼 하고, 창을 최소로 내어 어두운 1층을 만들기 십상인데, 저희는 솔직하게 구조를 그냥 드러냈어요. 한옥에서 계곡이 잘 보이는 것처럼, 아래층에서도 볼 수 있게 개방적인 모습을 했지요. 또 크게 호를 돌려 마당을 만들고, 슬래브 단면을 살짝 들어올려서, 한옥 처마가 그리는 곡선을 아래 있는 콘크리트 슬래브도 둔중하게 받아주도록 했죠.

은평 한옥마을에 한 작업도 같은 맥락일까요.
맞아요. 지침 때문에 주차장을 대지 안에서 넣어야 해서 일부를 필로티 구조로 만들어 주차를 해결하고, 한옥을 들어 올렸어요. 한옥에 들어가면 불편한 현관도 아래에 있고요. 집으로 들어가면 바로 아래 밝은 거실과 선큰공간이 있고, 위에는 어디서든 북한산 풍경이 바라보이도록 방들을 배치했죠. 한옥에 없는 공간을 양옥이 보충하듯 붙어있다고 보시면 돼요.

택지지구에 한옥 마을이 들어설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한옥사랑’은 지극한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리에겐 그만큼 한옥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집이기 때문일 거예요. 한옥의 주거 감성이랄까, 자연과 소통하는 마당, 인간적으로 구축된 공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죠. 물론 아파트도 삶의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옥은 그 보편성을 과거로부터 근대를 거쳐 현대까지 수백 년간 이어와, 그걸 발전시켜 도시한옥, 그리고 현대한옥이란 형태로 적응했죠.

소장님이 생각하는 한옥의 정의는.
예전에는 마당을 중심으로 돌, 나무, 흙 등의 자연소재를 가진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이 아니더라고요. 요즘 제가 내리는 한옥의 정의는 ‘마당을 중심으로 처마를 두른 자연 소재의 집’이에요.

일부 건축가들은 처마를 내는 걸 조형적으로 부담스러워 하잖아요.
오징어 귀 같기도 하고, 이상하게 모양이 나온다고 해서 그걸 불편해 하는 경향이 있는데, 건물에서 처마는 매우 중요해요. 얘기가 좀 튀지만, 집에서 기르는 개의 조상은 늑대죠. 그런데 우리가 그걸 길들여서 우리 주변에서 키우는 거예죠. 그래서 주인에게는 상냥하지만 가끔 물기도 하거나 사납게 굴며 늑대의 본성을 드러낼 때가 있죠. 마찬가지로 우리의 마당은 원래 자연의 한 조각이에요. 근데 이 자연을 끌어다가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 둔 거죠. 보통 때는 우리에게 굉장히 좋은 공간이지만, 장마나 폭설 등을 만나면 이게 장난 아니거든요. 그래서 집과 자연이 만나는 연장선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처마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집이 자연과 만나는 중요한 매체인 거죠.

소장님의 작업 중 특별한 처마를 볼 수 있는 사례를 꼽는다면.
판교에 지은 함양재라는 집이 있어요.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한옥과 양옥이 섞여있죠. 그곳에 숨은 장치가 처마예요. 한옥의 처마는 물론이고, 거실 앞에도 처마가 있고, 또 모양은 아니지만 처마 역할을 하는 공간이 2층 데크 아래에도 있어요. 마당 사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한옥과 양옥이 부자연스럽지 않게 조화를 이루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소장님께서 건축을 하면서 고수하는 원칙이 있다면요.
건축이 어떤 자세나 태도를 가져야 좋을 지 먼저 생각해요. 그리고 그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도록, 가능하면 마감에 갈수록 좋아지게 애쓰는 것이 원칙이라면 원칙이예요. 그 모든 과정에 깔린 것이 ‘솔직함’인 것 같아요. 또, 사람이 같이 어울려 산다고 하는 것. 그리고 지금, 현재를 산다는 게 중요해요. 건축은 현재를 인정해줄 수 있는 삶을 담아야 하거든요. 과거의 시간도 존중하면서 현재의 삶도 존중하는 균형을 같이 가져가는 게 중요하죠. 저는 오래된 것과 새것에 균형을 잡아야 하고, 또 그런 것들이 다양하게 공존하는 게 좋은 도시라는 믿음이 있어요.

마을 가꾸기를 통해 거주민들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삼선동 장수마을 전경

최근에 진행한 삼선동 장수마을 프로젝트가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원래 처음부터 이런 도시 재생사업에도 관심이 있으셨나요.
많은 건축이 상위 1~2%의 이야기잖아요. 저는 98%의 우리 삶과 가까운 건축을 하고 싶어서 독립했어요. 내가 살 집을 구하러 갈 때 만나는 집들, 동네에 흔히 볼 수 있는 건축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많아요. 사람들은 저를 한옥 건축가라고 부르지만 한옥에서부터 세상과 소통하는 문이 열렸기 때문에 제가 한옥을 좀 더 많이 아는 것뿐이에요.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건축작업의 일부로 한옥이 있는 거지요.

구가도시건축의 역사는 매주 다니는 ‘수요답사’의 역사와도 일맥상통하지요.
그러고 보니 벌써 15년이 되었네요. 2000년 11월 29일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670여 회가 넘었어요. 처음에는 종묘에서부터 시작했어요. 그 다음 주 답사지를 정하려 보니, 고르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그 옆에 동네를 보자 해서 자연스럽게 ‘이어가기’형태의 답사가 된 거예요. 그러다보니 여기선 이것을 봐야겠다는 편견 없이 우리 도시와 동네들을 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우리는 수요답사가 있어서 길을 헤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꾸준히 사람 사는 모습을 늘 보고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게 굉장히 큰 힘이 되는 거죠.

사무실에 가득한 파일들이 그 기록들인가 봐요.
한 4회쯤 했을 때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경로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길만 그리다가 점차 주변 건물이 한옥인지, 여관인지, 길은 막다른 곳인지 트여있는지 기록하기 시작했죠. 만나는 동네 주민들과 나눈 이야기도 기록으로 남기고요. 답사에서 본 곳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실측조사하고, 또 직접 참여하는 식으로 발전시켜 왔지요. 장수마을도 이 중 하나였고요.

장수마을 개선사업의 배경과 진행성과를 들려주세요.
삼선동 장수마을은 성곽 아래 마을이에요. 이곳 주민들의 생각은 아주 간단해요. 정든 이웃이 떠나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거죠. 그래서 주민들의 편에서 많은 것을 생각했어요. 도시가스를 놓을 때도 가능한 집 앞까지 선을 연결해서 거주자의 설치비용을 줄이도록 배려했고 난간과 바닥 등 보행환경을 개선해 오가는 길도 편하게 바꿨죠. CCTV와 제설함 위치도 의견을 들어 설치하고 마을 박물관도 만들었어요. 3개 동으로 구성했는데 이 중 하나인 사랑방은 공동취사가 가능하도록 했어요. 겨울에 같이 밥을 해먹으면 돈을 아낄 수 있거든요. 또 주민들이 부업과 소일거리로 작업할 수 있는 공동의 작업공간이기도 하고요.

사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아니라서 진행이 쉽지만은 않았겠어요.
마을가꾸기는 운동과 마찬가지예요.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지만 점차 체질이 개선되는 거죠. 벽화마을처럼 외지인의 눈길을 끌고 사람이 많이 모는 것을 중요하게 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좀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지 신중하게 접근했어요. 또, 나중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 때를 대비해서 애초에 주거지 사이에 장사를 할 수 없도록 했지요. 주거지 한가운데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가게만 열 수 있게 했어요. 외지에서 들어오는 가게들 때문에 원주민이 쫓겨나는 일을 방지한 거죠. 집이 제일 문제였어요. 너무 낡은 집은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까 고민 끝에 ‘성곽 아래 마을의 경관과 보행안전성’이 공공에게도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되었죠. 이러한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 집수리에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했죠. 올해까지 30채가량 신청이 들어왔고 20채 정도가 고쳐졌어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집과 주변 골목이 좋아지니까 주민들이 자기가 사는 마을이나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마을 건축가로서 보람도 있을 것 같아요.
어느 날, 집주인 한 분이 자기 집을 보수한다면서 벽을 칙칙한 회색으로 칠하고 계시더라고요. 밝은 흰색으로 칠하게끔 설득하고는 얼마 뒤 가봤더니 절 보며 환하게 웃으시는 거예요. 이렇게 밝은 색으로 칠하니 정말 좋다며, 이렇게 하길 잘했다 하셨죠. 저희가 한 일은 적당한 색을 칠하게끔 유도하고, 마당을 틔우고, 단열성능을 좀 높이고 그러면서 원래 있던 골목길과 풍경을 유지하게끔 도와준 것 뿐인데.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설계는 아니지만, 사는 데 매우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무엇보다 사는 분들이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끼죠.

답사나 도시재생에 관여하면 아무래도 소외계층의 문제에도 관심을 두게 되겠어요.
답사를 하면서 ‘아, 서울이라는 곳이 살아있는 도시구나, 굉장히 탱탱하게 살아있는데 우리는 그 매력을 잘 모르고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도시 속에서 사람들은 형편대로 살아요. 우리가 할 일은 그 형편과 처지를 이해해서 도와주는 일이지, 내 기준에 맞춰서 재단하는 일이 아니에요. 우리는 새 건물을 짓고 더 좋아질거다 라고 이야기하곤 하죠. 정말로 좋아지긴 해요. 왜냐면 자본주의는 새것이 좋도록 설정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좋다는 말에는 우리의 망각과 외면이 포함되어 있어요. 이건 마치 아파트 재개발을 위해 원주민들을 다 쫓아내고 일부는 죽기까지 했어도,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 가봤더니 너무 좋더라, 그러니 재개발은 좋은 것이다’ 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개선해가는 가능성도 있는데 그건 제외하고 왔던 거죠. 저는 이걸 ‘달의 뒷면’이라고 표현하곤 해요. 건축가들이 대체로 위대하고 좋은 건축으로 해결책을 내는 ‘달의 앞면’을 이야기한다면, 그래서 외면당하는 ‘달의 뒷면’도 있는 거죠. 저는 뒷면의 이야기에 관심이 더 많아요. 오래된 것과 소외된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건지에 관한 거요. 옛것과 새것이 균형을 잡아야 하고, 이런 것들이 다양하게 공존하는 게 좋은 도시라고 믿어요.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사람들에게 어떤 건축가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우리 시대의 집을 만든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한옥에 최종 목표가 있는 게 아니니까 장소와 풍토에 맞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창의적이고 보편적인 집을 만드는 건축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친숙한 건축가가 됐으면 좋겠고요. 저를 보며 우리 사회를 위해 건축가도 애쓰는구나 생각하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되면 좋죠.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소장 이미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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